한성기업은 크래미로 유명하지만 매출 30%는 참치·명태다 [기업해부사전 43화]
김밥을 말 때 단무지 옆에 눕히는 빨간 줄무늬 맛살. 마트 냉장 코너에서 조금 더 비싼 칸에 '크래미'가 있다. 만드는 회사는 한성기업(003680)이다. 크래미의 주재료는 게가 아니라 명태다. 그리고 이 회사는 원래 그 명태를 잡으러 북태평양까지 배를 몰고 나가던 회사다.
지난 7월 이 회사 이름이 한동안 화제였다. 시가총액이 거래소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 상장폐지 이야기가 나오자, 회사가 25년 동안 6·25 참전용사 음악회를 후원해 왔다는 사실이 SNS에 퍼졌다. 사람들은 크래미를 사고 구매 인증을 올렸다. '크래미 살려'라는 말이 그때 나왔다. 10월 8일 이 회사 주식에 다시 거래가 몰렸다.
사람들은 크래미를 사며 이 회사를 응원했다. 장부를 펴면 크래미는 매출의 절반이 안 된다. 2023년 기준으로 게맛살 같은 수산가공품이 43.2%, 햄 같은 육가공품이 18.1%이고, 참치·명태를 파는 해외 부문이 30.8%다. 맛살 회사의 매출 열 가운데 셋은 아직 바다에서 온다.
한성기업은 원양어업과 수산물 가공으로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한성기업은 자기 배로 고기를 잡고, 명태 살을 사다가 크래미를 만든다. 한성기업은 60년 동안 수산물 가공 사업의 비중을 늘리면서 원양어업도 유지했다.
명태를 잡으러 북태평양에 간 회사
한성기업은 1963년 3월 임상필 창업주가 세운 수산 회사다. 1969년 7월 첫 배 제1한성호가 북태평양에서 조업을 시작했다. 찬 바다에서 그물을 끌어 명태를 퍼 올리는 일이었다. 이 회사가 처음 판 물건은 가공식품이 아니라 바다에서 막 건진 생선이었다.
잡은 고기를 그대로 넘기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1972년 울산에 냉동식품공장을 세우고, 명태의 뼈와 껍질을 발라 살만 얼린 명태 필렛을 만들어 수출했다. 1974년 스페인 라스팔마스에 첫 해외 사무소를 냈고, 1985년에는 아르헨티나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배가 닿는 항구마다 회사 거점이 생겼다.
원양어업은 바다가 정하는 장사다. 그해 고기가 얼마나 몰리는지, 남의 나라 바다에서 얼마만큼 잡도록 허락받는지에 따라 매출이 출렁인다. 한성기업은 이 출렁임을 공장으로 받아 냈다. 생선을 통째로 팔면 바다가 매긴 값을 받고, 살을 발라 가공하면 공장이 붙인 값을 받는다. 이 회사가 일찍 깨친 계산이 그것이다.
한성기업 크래미는 일반 맛살과 무엇이 다른가
1982년 12월 한성게맛살이 나왔다. 명태 살을 곱게 갈아 반죽한 연육에 게 맛과 빨간 줄을 입힌 제품이다. 같은 달 미국 수출도 시작했다. 명태를 잡고 살을 바르던 회사가 그 살로 만들 수 있는 더 비싼 물건으로 간 것이다. 생선을 '게'로 바꾸는 순간 값의 기준이 생선에서 반찬으로 넘어간다.
2001년 2월 나온 크래미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전분을 줄이고 연육을 늘린 고급 맛살이다. 2013년 한 소비자 매체가 잰 값이 그 차이를 보여 준다. 고급 맛살의 연육 비율은 75~82%, 일반 맛살은 55~62%였고, 한성의 '프리미엄 크래미'가 82.05%로 가장 높았다. 1g 값은 평균 203원으로 일반 맛살 63원의 세 배가 넘었다.
그 조사에서 고급 맛살들에 게살은 없었다. 크래미의 값은 게가 아니라 명태를 얼마나 넣었느냐로 매겨진다. 명태를 더 넣어 게에 가까운 결을 낸 만큼 더 받는다. 이 방식으로 크래미는 25년 동안 약 3억8,553만 번 팔렸고, 그동안 들어간 연육이 7만5,867톤이다. 2024년 게맛살 시장에서 한성기업 몫은 38%로, 열 개 중 네 개 가까이가 이 회사 제품이다.
크래미의 명태는 알래스카에서 온다
크래미에 들어가는 연육은 알래스카산 1등급이다. 북태평양 명태잡이를 일찍 시작한 회사가 간판 상품의 원료는 바다 건너에서 사 온다. 그 값은 달러로 움직인다. 2026년 1분기 회사는 명태 연육 값이 환율과 공급 감소 때문에 올랐다고 적었다. 햄의 원료인 돼지고기 값도 공급이 줄어 같이 올랐다.
크래미 쪽 장부를 흔드는 것은 바다가 아니라 시장이다. 원료 값은 환율과 알래스카 어획이, 판매 값은 마트 진열대가 정한다. 대형 유통업체가 자기 상표를 붙인 PB 상품을 늘리면서 경쟁도 거세졌다. 크래미는 이 회사의 가장 비싼 물건이지만, 원료와 판로 양쪽에 남의 손이 닿아 있다.
그 압력은 숫자에 그대로 찍혔다. 2025년 매출은 3,184억원으로 전해보다 4.2% 줄었고,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47.0% 줄었다. 2026년 1분기 식품 부문 매출은 5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5% 적었다. 원료를 사 오는 바다에서 버는 장사는 원료 값이 오르면 남는 몫부터 줄어든다.
한성기업 해외 매출, 식품이 줄 때 늘었다
이 회사가 원양어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 2021년 회사가 잡은 명태는 8,553톤, 참치는 3,600톤 남짓이었다.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에 합작 법인을 두고 있고, 해외에서 배로 잡은 수산물을 팔거나 수입해 팔고 중계무역도 한다. 이 바다 쪽 몫이 2023년 매출의 30.8%, 2024년 30.3%다.
올해 장부에서는 이 바다 쪽이 컸다. 2026년 1분기 해외 부문 매출은 26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7% 늘었다. 식품 부문이 11.5% 줄어든 바로 그 분기다. 회사는 어로 기술을 개발하고 조업 쿼터를 확보해 실적이 나아졌다고 설명한다.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7.7% 늘었다. 식품 부문 매출이 줄어든 동안 해외 부문 매출이 늘었다.
두 바다는 성격이 다르다. 어획량과 조업 쿼터는 원양어업 실적에, 환율과 유통업체는 식품 사업 실적에 영향을 준다. 둘이 같은 해에 같은 쪽으로 흔들릴 이유는 없다. 2000년대 들어 원양어업이 기울던 동안에도 이 회사는 배를 다 내려놓지 않았다. 그 고집이 올해 장부에서 한쪽이 흔들릴 때 다른 쪽이 버티는 구조로 남았다.
7월에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담은 것은 알래스카 명태로 만든 크래미였다. 그 무렵에도 이 회사 매출의 3할은 키리바시와 북태평양의 배에서 나오고 있었다. 크래미는 이 회사가 사 온 바다에서 나오고, 올해 늘어난 매출은 1969년부터 나가던 바다에서 나왔다.
근거 자료: 창립 63주년 연혁(1963년 설립, 1969년 제1한성호 북태평양 조업, 1972년 명태 필렛, 1982년 한성게맛살과 미국 수출, 2001년 크래미), 원양어업과 맛살 사업의 전개, 해외 법인, 회사 연혁·해외 합작 법인(키리바시)·김해공장 인수, 크래미 25주년 누적 판매와 알래스카 1등급 연육, 2013년 고급·일반 맛살 연육 비율과 1g당 가격, 사업부문별 매출 구성, 해외 부문 비중 추이와 게맛살 시장 점유율, 7월 상장폐지 우려와 소비자 응원, 2025년 실적, 2021년 명태·참치 어획량, 2026년 1분기 부문별 매출과 원재료 값, 해외 부문 사업 설명과 2026년 상반기 실적, 10월 8일 거래.
함께 읽기: 오리온은 포카칩을 만들려고 감자 종자부터 개발한다 · LG생활건강은 작년 영업이익의 83%를 음료에서 벌었다
2026년 10월 8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사업부문별 매출 구성은 2023년, 해외 부문 비중은 2023~2024년, 어획량은 2021년, 맛살 연육 비율과 가격은 2013년 조사, 부문별 매출은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증감은 2026년 상반기 별도 기준이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한성기업, 003680, 크래미, 게맛살, 맛살, 한성게맛살, 명태, 명태연육, 연육, 알래스카 명태, 원양어업, 원양어선, 북태평양, 제1한성호, 참치, 키리바시, 수산가공식품, 런천미트, 크래미 살려, 기업해부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