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는 백화점이 5곳인데 압구정 한 곳이 42%를 판다 [기업해부사전 52화]
서울 압구정동의 갤러리아 명품관은 건물 두 채로 되어 있다. 서관은 1979년, 동관은 1985년에 지었다. 이 두 채를 가진 한화갤러리아(452260)는 대전·수원 광교·천안·진주에도 백화점을 하나씩 더 두고 있다. 그런데 2024년 다섯 점포에서 팔린 2조7,991억원어치 가운데 1조1,725억원이 압구정 한 곳에서 나왔다. 백화점 다섯 곳의 판매액 42%를 명품관 하나가 낸다.
최근 한화갤러리아 주식 거래가 부쩍 늘면서 이름이 다시 오르내린다. 회사를 열어 보면 지금 벌어지는 일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대전 점포는 매각까지 검토 대상에 올랐고, 2023년에 들여온 버거 사업은 사겠다는 쪽과 협상 중이며, 압구정의 두 건물은 허물고 다시 짓는다. 사업과 돈이 압구정 한 주소 쪽으로 모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백화점 다섯 곳을 거느린 유통 회사가 아니라, 압구정 명품관 한 채에 회사를 건 회사다. 점포를 늘려 가던 회사가 6년 넘게 한 곳도 새로 열지 않고, 가진 것을 덜어 내 그 한 채를 두 배로 키우려 한다. 이 회사를 읽는 방법은 그 한 채를 읽는 것이다.
남이 세운 강남 쇼핑센터가 '명품관'이 되기까지
시작은 한화가 아니었다. 1975년 여의도의 한양스토어로 출발한 한양유통이 1979년 9월 강남 압구정동에 한양쇼핑센터 영동점을 열었다. 지금 명품관 서관 자리다. 한화그룹은 1985년 한양유통을 인수했다. 한화의 백화점 사업은 남이 세운 강남 쇼핑센터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1990년 9월 그 자리에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 문을 열었다. 해외 고급 브랜드를 한 건물에 모아 '명품관'이라고 부른 것은 국내 백화점에서 이곳이 처음으로 꼽힌다. 1997년에는 전국 점포 이름을 갤러리아백화점으로 통일했고, 2021년 12월 명품관 한 곳의 연 매출이 처음 1조원을 넘었다. '명품'이라는 말을 백화점 간판에 처음 건 건물이 31년 만에 1조원짜리 점포가 됐다.
다른 점포들은 그사이 붙었다 떨어졌다. 2000년 대전 동양백화점을 인수해 타임월드로 만들었고, 2007년 진주점, 2010년 천안 센터시티를 열었다. 잠실점과 수원점은 문을 닫았고 동백점은 팔았다. 2020년 3월 수원 광교점이 마지막 출점이다. 회사는 2021년 한화솔루션에 합쳐졌다가 2023년 3월 한화갤러리아로 떨어져 나와 따로 상장했다. 간판을 단 도시는 바뀌어 왔지만 압구정 주소는 47년째 그대로다.
2조8천억원어치를 팔고 장부에는 5천억원을 적는다
2024년 갤러리아 다섯 점포에서 팔린 물건값은 2조7,991억원이다. 한화갤러리아 장부에 적힌 그해 매출은 5,383억원이고, 그 안에는 버거 사업 매출 465억원도 들어 있다. 백화점에서 팔린 돈 대부분은 처음부터 회사 매출이 아니다.
백화점 매장의 상당수는 입점 브랜드가 물건을 들여오고 판매 직원을 세워 파는 자리다. 팔리지 않은 물건은 브랜드에 돌려보낼 수 있고, 백화점은 팔린 값에서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브랜드에 넘긴다. 재고를 백화점이 지지 않으니 회계상 매출로 적는 것도 판매액 전체가 아니라 그 수수료 몫이다. 한화갤러리아가 실제로 파는 상품은 가방과 시계가 아니라 매장 자리다.
그 자리가 가장 비싸게 팔리는 곳이 압구정이다. 2024년 점포별 판매액은 명품관 1조1,725억원, 대전 타임월드 6,265억원, 광교 5,256억원, 천안 센터시티 3,287억원, 진주 1,459억원이었다. 명품관 영업면적 약 8,300평으로 나누면 한 평에서 한 달에 1,170만원어치 넘게 팔렸다. 다섯 점포 판매액의 열에 넷 넘게가 이 한 건물에서 나온다. 둘째로 큰 대전 점포의 두 배 가까이를 한 건물이 판다.
버거 사업이 회사 전체만큼 벌었다
2023년 한화갤러리아는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권을 들여와 100%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를 세우고, 그해 6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열었다. 이듬해인 2024년 에프지코리아는 매출 465억원에 영업이익 34억원을 냈다. 같은 해 한화갤러리아의 연결 영업이익도 34억원이었다.
다섯 백화점이 2조8천억원어치를 판 해에, 회사 전체가 남긴 이익과 버거 사업 하나가 남긴 이익이 같은 크기였다. 백화점은 판매액이 아무리 커도 수수료 몫만 매출로 들어오고, 거기서 건물과 사람, 판촉에 드는 돈을 치른다. 버거 가게는 판 값이 그대로 제 매출이다. 그해 이 회사의 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백화점과 버거 가게는 체급이 같았다.
회사는 그 버거 사업을 내놓았다. 2025년 7월 매각 작업을 시작했고, 12월 사모펀드 운용사 H&Q에쿼티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 거래는 올해 안 마무리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매각 작업이 알려지던 때 한화갤러리아는 매각이 이뤄지면 새 성장동력 발굴과 서울 명품관 재건축 등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익이 나던 사업을 내놓으면서 그 돈이 갈 곳으로 압구정을 먼저 적었다.
대전은 덜어 내고 압구정은 두 배로 다시 짓는다
다섯 점포 가운데 둘째로 큰 대전 타임월드의 판매액은 2021년 7,407억원에서 2025년 6,032억원으로 4년 내리 줄었다. 2021년 대전에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문을 연 뒤다. 2026년 9월 한화갤러리아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타임월드 매각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공시했다. 압구정 다음으로 큰 점포가 덜어 낼 수 있는 자산 목록에 올랐다.
돈이 향하는 곳은 그 반대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2027년부터 2033년까지 약 9,000억원을 들여 명품관 서관과 동관을 차례로 허물고 다시 짓는다. 설계는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스튜디오가 맡았다. 지하 9층·지상 8층의 모래시계 모양 건물 두 동으로, 영업면적을 지금 약 8,300평에서 1만8,000평으로 두 배 넘게 넓힌다. 2025년 한 해 회사 매출 5,752억원보다 큰 돈이다. 2023년 이후 신사동·청담동·서교동·순화동에 사들인 서울 부동산도 약 6,500억원어치다. 점포 수를 늘리는 대신 한 채를 두 배로 키우는 쪽에 회사 크기만 한 돈을 건다.
장부는 이미 그 한 채 쪽으로 기울어 있다. 2026년 2분기 한화갤러리아는 매출 1,509억원에 영업이익 151억원을 냈다. 석 달 이익이 2024년 한 해 영업이익 34억원의 네 배를 넘는다. 1분기 영업이익 123억원도 서울 명품관을 중심으로 한 백화점이 끌어올렸고, 명품관의 외국인 매출은 2025년에 약 30% 늘었다. 명품관은 시계와 보석 매장을 넓히며 국내에 처음 들어오는 브랜드를 들였다. 압구정 한 곳의 성적이 회사 전체의 성적표가 되는 구조다.
다시 압구정동의 두 건물로 가 보자. 1979년 한양쇼핑센터로 문을 연 서관과 1985년에 지은 동관은 2027년 이후 차례로 헐린다. 그사이 이 회사는 대전과 천안, 진주와 광교에 간판을 걸었고 강남에 버거 가게를 열었다가 다시 내놓고 있다. 그 길을 다 돌아 한화갤러리아가 9,000억원을 들여 새로 짓는 것은 새 점포가 아니라, 남에게서 사들였던 첫 주소다.
근거 자료: 한양유통·한양쇼핑센터·한화 인수·명품관 개점·점포 개폐점·법인 분리 연혁, 명품관 연 매출 1조원 돌파와 영업면적, 2024년 점포별 판매액과 명품관 건물 준공 연도·재건축 면적, 2024년 전체 판매액과 출점 현황·회사 입장, 특약매입 거래 구조(KDI), 수수료 매장의 매출 인식 기준, 2024·2025년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 에프지코리아 2024년 실적, 에프지코리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에프지코리아 거래 진행 상황, 타임월드 판매액 추이와 매각 검토 공시, 명품관 재건축 투자, 서울 부동산 매입, 대전 경쟁 점포 개점과 재건축 기간, 명품관 재건축 층수·형태·면적, 2026년 2분기 실적과 명품관 시계·보석 매장 확대, 2026년 1분기 실적과 명품관 호조, 명품관 외국인 매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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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1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점포별 판매액은 유통업계 집계를 인용한 보도 기준이며 회사 장부의 매출과 기준이 다릅니다. 실적은 회사 공시를 인용한 보도, 연혁은 공개 백과 기준입니다. 버거 사업 매각과 타임월드 관련 사항은 2026년 10월 11일 현재 확정되지 않은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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