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대교는 학습지값은 부모에게, 노인 돌봄값은 85%를 보험에서 받는다
눈높이 대교는 학습지값은 부모에게, 노인 돌봄값은 85%를 보험에서 받는다
1980년, 서울 종암동의 작은 과외방이 문을 닫았다. 정부가 과외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주인 강영중이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돌아봤다. "학생들이 과외방에 오지 못한다면 내가 찾아가면 된다."
대교(019680)는 그날부터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회사가 됐다. 선생님이 정해진 요일에 아이 집에 들어가 진도를 보고 다음 주 학습지를 두고 나온다. '눈높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방문이 50년 동안 회사를 먹여 살렸다.
지금 대교는 같은 방식으로 다른 집 문을 두드린다. 아이 대신 노인이다. 학습지 회사가 요양 사업에 뛰어든 업종 전환처럼 보이지만, 이 회사에서 진짜로 바뀌는 것은 손님이 아니라 지갑이다. 학습지값은 부모가 내고 대교가 정한다. 노인 돌봄값은 나라가 정하고 85%를 장기요양보험이 낸다. 대교는 50년 동안 쥐고 있던 가격표를 내려놓고, 줄지 않는 손님을 사들이는 중이다.
10월 8일 대교는 창립기념 지급 대상 직원 60명에게 우선주 자기주식 4,500주를 넘겼다고 알렸다. 주당 983원, 다 합쳐 442만원이다. 8월에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구성원에게 우선주 140만5,950주를 나눠 줬다. 직원 손에 쥐여 준 그 주식의 무게는 결국 이 회사가 다음 50년을 어디서 버느냐로 정해진다.
과외방이 닫히자 아이 집으로 갔다
시작은 1975년 종암동의 '종암교실'이었다. 이듬해 7월 강영중은 한국공문수학연구회를 세웠다. 일본 구몬과 손잡고 들여온 수학 학습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이 교실로 와서 배우는 평범한 과외 사업이었다.
1980년 과외 금지가 이 사업을 뒤집었다. 아이가 올 수 없게 되자 선생님이 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교실을 접고 가정방문식 학습지를 팔기 시작했다. 위기 때 고른 이 형식이 회사의 뼈대가 됐다.
1991년 회사는 이름을 대교로, 학습지 이름을 눈높이로 바꿨다. 남의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회사가 자기 이름을 단 해다. 2010년 대교의 연매출은 약 9,000억원이었다. 지금도 전국에 교육 거점이 약 2,000곳 있고, 그중 눈높이러닝센터가 647곳, 눈높이공부방이 602곳이다.
이 회사가 50년 동안 쌓은 것은 교재보다 조직이다. 매주 같은 시간에 남의 현관을 열고 들어가 한 사람의 진도를 챙기는 일을 전국 단위로 굴린다. 교재는 다른 회사도 만든다. 이 동선은 하루아침에 깔 수 없다. 대교가 노인 쪽으로 옮겨 가는 이유도, 옮겨 가서 부딪히는 벽도 이 동선에서 나온다.
아이는 줄고, 회비는 올랐다
동선이 아무리 촘촘해도 들어갈 집이 줄면 소용이 없다. 2025년 우리나라 유치원·초·중·고 학생은 555만1,288명으로 1년 전보다 약 13만명 줄었다.
대교의 대응은 값이었다. 2024년 7월 눈높이 월 회비를 3만8,000원에서 4만3,000원으로 13% 올렸다. 그해 눈높이·써밋·솔루니를 묶은 회원제 교육 매출은 4,930억원으로 0.8% 늘었다. 손님이 줄어드는 시장에서 값을 올려 매출을 지켰다. 대교가 학습지 시장에서 값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회사라는 증거다.
값을 올려 버티는 데도 끝이 있다. 2025년 대교의 연결 매출은 6,500억원으로 2% 줄었고 영업손실은 34억원이었다. 2020년부터 한 해도 연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2026년 1분기 매출 1,577억원 가운데 1,455억원이 여전히 국내 교육서비스에서 나왔고, 영업손실은 36억원이었다.
대교의 학습지 장사가 망가진 것은 아니다. 아이 한 명에게 받는 돈은 오히려 늘었다. 이 회사의 급소는 손님의 수를 회사가 바꿀 수 없다는 데 있다. 태어나는 아이 수는 회비표로 늘릴 수 없다.
같은 현관, 다른 손님
2022년 1월 대교는 '대교뉴이프'라는 이름으로 경기 광명에 노인 주간보호센터 1호점을 열었다. 2023년 6월에는 별도 법인으로 떼어 냈다. 하는 일은 두 가지다. 낮 동안 노인을 센터로 모셔 인지·신체 활동을 하게 하는 주간보호(데이케어), 그리고 요양보호사가 노인 집으로 가는 방문요양이다. 대교가 홈페이지 첫머리에 내건 말이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인데, 뉴이프의 구호는 '세상에서 가장 큰 시니어 학교'다. 회사 스스로 같은 장사의 연장으로 본다.
키우는 방식은 학습지와 달랐다. 대교는 센터를 새로 차리기보다 이미 문을 연 곳을 샀다. 2024년 1월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성남·대구·서울 관악 직영센터를 인수했다. 그해 9월에는 뉴이프가 모회사 대교에서 운영자금 140억원을 받아 수도권 장기요양센터 9곳 인수와 사업 확장에 쓰기로 했다. 2025년 1월에는 에이플러스효담라이프케어의 수도권 센터 10곳(주간보호 7곳, 방문요양 2곳, 복지용구 1곳)을 사들였다. 이용자와 요양보호사가 이미 붙어 있는 센터를 사면 첫날부터 매출이 난다. 학습지 조직을 50년 걸려 깐 회사가 돌봄 조직은 돈으로 당겨 깔고 있다.
매출은 빠르게 붙었다. 2023년 46억원, 2024년 118억원, 2025년 약 266억원이다. 그래도 2025년 1~9월 뉴이프 매출 196억원은 대교 연결 매출의 4.0%였고, 같은 기간 2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6년 1분기 시니어 매출은 68억원이다. 2024년 초 회사가 내놓은 계획표에서 2025년 목표는 센터 200곳이었는데, 2025년 2월 실제 센터는 프랜차이즈를 합쳐 59곳이었다. 그 계획표의 2027년 목표는 260곳, 이용 노인 2만7,400명이다. 회사는 10년 안에 시니어를 대교 매출의 절반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한다. 지금의 4%에서 50%까지 가는 길이다.
손님이 바뀌면 값을 정하는 사람도 바뀐다
학습지는 간단하다. 부모가 매달 4만3,000원을 낸다. 그 값은 대교가 정하고, 2024년처럼 올릴 수도 있다. 부모가 비싸다고 느끼면 끊는다. 값과 해지 사이에서 회사가 줄타기를 한다.
주간보호와 방문요양은 구조가 전혀 다르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노인이 이 서비스를 쓰면, 일반 이용자 기준으로 급여비용의 15%만 본인이 낸다. 나머지 85%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보험에서 치른다. 그 급여비용은 회사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기요양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해 고시한다. 회사가 따로 값을 매길 수 있는 것은 식사재료비 같은 비급여 항목 정도다.
이 구조에는 학습지에 없던 장점이 있다. 돈 대부분을 공단이 내니 손님이 값이 부담스러워 끊는 일이 적고, 받을 돈을 떼일 걱정도 작다. 손님은 해마다 늘어난다. 대신 학습지에서 쓰던 무기, 값을 올리는 카드를 못 쓴다. 매출은 센터 수와 이용자 수에 나라가 정한 단가를 곱한 만큼만 나온다. 이익을 내려면 더 많은 노인을 모시고 한 사람에게 드는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은 규모 장사다. 대교가 센터를 짓기보다 사들이는 데 140억원을 넣은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 대교는 나라가 정한 값 바깥에 회사가 값을 정할 물건을 하나씩 붙이고 있다. 2025년 초 요양 시설 이용자를 겨냥한 후불제 상조 '나다운 졸업식'을 내놨고, 시니어용 해양심층수를 팔기 시작했다. 대교는 2009년부터 해양심층수 생수 '천년동안'을 팔아 해마다 100억원 넘는 매출을 내 온 회사다. 시니어 가구와 건강기능식품도 계획표에 있다. 보험이 정한 단가 위에 자기 가격표를 다시 얹으려는 손놀림이다.
1980년 강영중의 답은 50년 동안 맞았다. 손님이 못 오면 찾아가면 됐고, 찾아간 집에서 받을 값은 회사가 정했다. 이번에는 찾아갈 집이 모자랄 일은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받을 값을 이제 고시표가 정한다.
눈높이를 맞춰 온 회사가 앞으로 맞춰야 할 것은 손님의 눈높이가 아니라 나라가 매긴 값이다.
관련 회사 이야기: 같은 10월 8일 자사주를 직원에게 넘긴 또 다른 회사는 와이엔텍은 쓰레기 처리 회사인데 매출 60%를 화학 탱커선이 낸다에서 다뤘다. 자사주를 사는 것과 넘기는 것의 차이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뜻에 정리돼 있다.
근거 자료: 자기주식처분결과(2026-10-08), 강영중 창업 과정(2023-10-20), 창립 50년 연혁(2026-03-23), 2024년 실적·회비 인상(2025-02-11), 학습지 3사 2025년 실적(2026-04-07), 2026년 1분기 실적(2026-05-27), 대교뉴이프 2025년 1~9월 실적, 한국시니어연구소 센터 인수(2024-01-04), 대교뉴이프 운영자금 140억원(2024-09-25),효담라이프케어 센터 10곳 인수(2025-01-02), 후불제 상조·시니어 상품(2025-02-09),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 재원·본인부담.
이 글은 공개 자료에 근거한 사업 해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수치는 본문에 적은 각 시점 기준이다. 장기요양 본인부담률은 일반 이용자 기준이며 감경 대상자는 다르다. 센터 수·매출 목표는 회사 계획이고 실제 진행은 이후 공시와 실적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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